
현민석 파트너변호사
기사 / 한국경제
2025.10.07. 한국경제에 법무법인 YK 현민석 변호사의 기고문이 게재되었습니다.

수많은 주제별 카페가 모여 있는 네이버 카페, 혹은 온갖 유머와 깊이 있는 글이 공존하는 '디시인사이드'를 떠올려 보자. 만약 이 커뮤니티에 쌓인 지난 20년간의 모든 대화가 인공지능(AI)을 만드는 핵심 재료가 된다면 어떨까. 더 나아가 구글 같은 거대 기업이 그 '대화'를 사기 위해 매년 수백억 원을 지불한다면 어떨까.
이는 먼 미래의 상상이 아니다. 최근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데이터가 돈인 시대, 새로운 독점의 문제
과거AI기업들은 레딧의 방대한 데이터를 사실상 공짜로 학습에 사용했다. 하지만 레딧은 최근 구글과 연간 800억 원 규모의 데이터 제공 계약을 체결했다. 사용자가 만든 데이터가 곧 돈이 되는 '데이터 자산화' 시대를 선언한 셈이다. 이는AI시대의 경쟁 구도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경쟁의 핵심은AI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AI를 학습시킬 양질의 데이터를 누가 지배하느냐에 달렸다.
이 같은 데이터 독점은 경쟁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의 새로운 형태로 평가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생성형AI시장의 70% 이상을 상위 4개 빅테크 기업(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아마존)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빅테크 기업이 전 세계 클라우드 데이터의 80% 이상을 저장·처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데이터 독점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들이 독점한 데이터는AI시장 진입에 필수적인 '필수 설비(EssentialFacility)'나 다름없다. 데이터가 없는 신생 기업은 경쟁의 출발선에 서지도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