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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판례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0도6492 판결]
1. 판결의 표시 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0도6492 판결 2. 판결요지 비의료인에 해당하여 의료기관 개설자격 없는 피고인이, 형식적으로 갑 의료법인을 인수하여 법인 산하 을 요양병원의 운영권을 인계받은 다음 실질적으로는 피고인 자신이 을 병원의 운영을 주도적으로 담당함으로써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을 병원을 개설·운영하였다고 하여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을 병원 직원들의 체불임금 지급을 위한 자금을 출연하면서 갑 법인을 인수한 다음 의료기관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주도적으로 처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탈법적인 수단으로 을 병원을 개설·운영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개설자격 위반 의료기관 개설로 인한 의료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판례해설 (1) 사안의 배경 피고인은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하 ‘비의료인’)에 해당하여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음에도, 형식적으로 의료법인 A 의료재단(이하 ‘이 사건 의료법인’)을 인수하여 재단 산하 B 요양병원(이하 ‘이 사건 의료기관’) 운영권을 인계받은 다음, 실질적으로는 피고인 자신이 이 사건 의료기관 운영을 주도적으로 담당함으로써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인 것처럼 가장한 채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이 사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피고인이 가족이나 지인을 이 사건 의료법인 이사로 선임하고 명목상의 이사장을 내세워 이사회를 전혀 개최하지도 않은 채 이 사건 병원의 인사, 회계, 자금관리 등 운영에 관한 최종 결정권자로서 업무 전반을 주도한 점, 이사회 결의 없이 법인자금을 지출하는 등 법인자금과 개인자금을 혼용한 점 등의 사정을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가. 관련 법리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하였다고 판단하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점을 기본으로 하여, 비의료인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정은,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경우이거나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면 인정될 수 있다. 그중 전자의 경우, 비의료인이 실질적인 재산출연 없이 주무관청인 시·도지사를 기망하여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받는 등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시설과 자금이 없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의 외형만을 갖추기 위하여 설립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한 채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 자신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후자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이 개설·운영되었더라도,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지배하면서 의료기관 운영수익 등을 상당한 기간 동안 부당하게 유출하는 등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공공성, 비영리성을 전제로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부여받은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의료법인 설립과정에 하자가 있었다는 사정이나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재산을 일시적으로 유출하였다는 정황만을 근거로 곧바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의료법인 설립과정의 하자가 의료법인 설립허가에 영향을 미치거나 의료기관 개설·운영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는 것인지 여부나 의료법인의 재산이 유출된 정도, 기간, 경위 및 이사회 결의 등 정당한 절차나 적정한 회계처리 절차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에 이르러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7. 17. 선고 2017도180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사안의 판단 1) 피고인이 이 사건 의료기관 직원들의 체불임금 지급을 위한 자금을 출연하면서 이 사건 의료법인을 인수한 다음 의료기관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주도적으로 처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탈법적인 수단으로 이 사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고, 실체를 갖추지 못한 의료법인을 악용한 경우 또는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야 한다. 2) 그런데 기록상 이 사건 의료법인의 인수과정에 하자가 있었다거나 재산출연에 관한 문제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3) 피고인이 이사회 결의 없이 이 사건 의료법인 계좌를 통한 자금 혼용을 해 온 사정이 있어 이 사건 의료법인의 재산이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유출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 인정 사실만으로는 정상적인 회계처리 등을 거치지 않은 채 입출금한 자금의 규모, 기간, 경위, 피고인이 이 사건 의료기관의 운영과 무관하게 사적으로 법인재산을 유출하였는지 등이 명백히 밝혀진 것으로 보기 어려워, 이 사건 의료법인의 재산과 피고인 개인재산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거나 실질적 관점에서 이 사건 의료법인의 재산이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유출되어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함으로써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심리하여 이 사건 의료법인의 재산이 상당한 기간 동안 부당하게 유출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개설자격 위반 의료기관 개설로 인한 의료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023.12.22 -
기타 · 판례
임기만료 전의 이사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한 상법 제385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경우 주주총회에서 해임사유로 삼거나 해임결의 시 참작한 사유에 한정되는지 여부[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다220639 판결]
1. 판결의 표시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다220639 판결 2. 판결요지 갑 등이 을 주식회사의 이사로 재직 중 이사회 승인 없이 을 회사의 영업과 동종 영업을 목적으로 한 주식회사를 설립한 후 대표이사 등으로 취임하였고, 그 후 을 회사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갑 등을 이사에서 해임하였는데, 해임결의 당시 을 회사는 갑 등의 경업금지의무 위반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여 이를 해임사유로 삼지 않았고, 갑 등은 임기만료 전 해임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며 을 회사를 상대로 상법 제385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해임결의 당시 이미 발생한 갑 등의 경업금지의무 위반행위는 해임사유에 해당하는데도, 주주총회에서 해임사유로 삼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갑 등에 대한 해임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데에 참작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판례해설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들이 피고 회사의 이사로 재직 중이던 2020. 6. 9. 피고 회사의 이사회 승인 없이 피고 회사의 영업과 동종 영업을 목적으로 한 주식회사를 설립한 후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각각 취임한 것은 이사의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해임사유가 될 수 있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면서도 원심은, 이 사건 해임결의가 이루어진 피고 회사의 2020. 8. 10. 자 임시주주총회의사록에 원고들의 경업금지의무 위반행위가 해임사유로 기재되어 있지 않고, 피고 회사도 이 사건 해임결의 당시 원고들의 경업금지의무 위반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여 이를 해임사유로 삼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원고들에 대한 해임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참작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피고가 상고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가. 관련 법리 상법 제385조 제1항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언제든지 이사를 해임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임기만료 전에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주주총회에 의한 이사 해임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편, 임기가 정하여진 이사의 임기에 대한 기대를 보호하기 위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만료 전에 이사를 해임한 때에는 회사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주주의 회사에 대한 지배권 확보와 경영자 지위의 안정이라는 주주와 이사의 이익을 조화시키려는 규정이다(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다25611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정당한 이유’란 주주와 이사 사이에 불화 등 단순히 주관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된 행위를 하였거나 정신적·육체적으로 경영자로서의 직무를 감당하기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 회사의 중요한 사업계획 수립이나 그 추진에 실패함으로써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 등과 같이 당해 이사가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98720 판결 등 참조). 위 조항에 따라 회사가 이사에 대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은 회사의 고의나 과실을 묻지 않고 그 책임을 인정하는 법정책임에 해당한다. 이러한 상법 제385조 제1항의 문언 내용과 규정 취지,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 등을 고려하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해임결의 당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유를 참작하여 판단할 수 있고, 주주총회에서 해임사유로 삼거나 해임결의 시 참작한 사유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나. 사안의 판단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해임결의 당시 이미 발생한 원고들의 경업금지의무 위반행위가 해임사유에 해당함을 인정하면서도 피고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이를 해임사유로 삼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당한 이유’를 판단하는 데에 참작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사의 해임 시 ‘정당한 이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023.12.22 -
기타 · 판례
의료과오 민사소송에서 진료상 과실과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추정 및 번복 여부[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1. 판결의 표시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2. 판결요지 진료상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손해 발생 외에 주의의무 위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현대의학지식 자체의 불완전성 때문에 진료상 과실과 환자 측에 발생한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의 증명은 환자 측과 의료진 측 모두에게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증명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환자 측이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수준에서 통상의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위반, 즉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의 존재를 증명하고, 그 과실이 환자 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서 손해 발생의 개연성은 자연과학적, 의학적 측면에서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될 필요는 없으나, 해당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의학적 원리 등에 부합하지 않거나 해당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막연한 가능성이 있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에는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는 경우에도 의료행위를 한 측에서는 환자 측의 손해가 진료상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여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다. 3. 판례해설 (1) 사안의 배경 가. 망인(1942. 8. 23.생 남자)은 2015. 12. 28.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넘어진 후 팔을 올릴 수 없어 2015. 12. 29. 피고 병원에 입원하였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MRI 검사 등을 거쳐 ‘오른쪽 어깨 전층 회전근개파열과 어깨충돌 증후군 소견’으로 진단하고, 전신마취 및 국소마취(이하 ‘이 사건 마취’) 아래 관절경을 이용한 견봉하 감암술과 이두건 절개술(이하 ‘이 사건 수술’)을 계획하였다. 나. 피고 병원 소속 마취과 전문의인 소외 1은 2015. 12. 30. 10:15경 수술실에서 망인에게 아네폴(프로포폴) 정맥 주사로 전신마취를 유도하고, 세보레, 아산화질소로 전신마취를 유지하였으며, 상완신경총 차단술 시행을 위하여 망인의 목 부위에 리도카인, 로피바카인을 혼합 투여하여 국소마취를 하였고, 10:42경 간호사 소외 2에게 망인의 상태를 지켜보도록 지시한 후 수술실에서 나왔다. 다. 수술은 11:00경 시작되었는데, 수술 중 망인에게 저혈압이 발생하였고, 산소포화도도 하강하였다. 라. 소외 1은 11:17경 소외 2의 전화를 받고 수술실로 돌아와 망인의 상태를 확인한 후 11:20경 혈압상승제인 에피네프린 등을 투여하였고, 망인의 상태가 회복되지 않자 수술을 중단시키고, 망인을 앉은 자세에서 바로 누운 자세로 변경한 후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였다. 마.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을 이대목동병원으로 전원하였으나, 13:33경 이대목동병원 응급실 도착 당시 망인은 심정지 상태였고, 그 무렵 사망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진료상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손해가 발생하는 것 외에 주의의무 위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환자 측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고, 현대의학지식 자체의 불완전성 등 때문에 진료상 과실과 환자 측에게 발생한 손해(기존에 없던 건강상 결함 또는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거나, 통상적으로 회복가능한 질병 등에서 회복하지 못하게 된 경우 등) 사이의 인과관계는 환자 측뿐만 아니라 의료진 측에서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명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환자 측이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수준에서 통상의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위반 즉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의 존재를 증명하고, 그 과실이 환자 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서 손해 발생의 개연성은 자연과학적, 의학적 측면에서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될 필요는 없으나, 해당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의학적 원리 등에 부합하지 않거나 해당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막연한 가능성이 있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에는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는 경우에도 의료행위를 한 측에서는 환자 측의 손해가 진료상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여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다. 나. 사안의 판단 소외 1에게는 응급상황에서 간호사의 호출에 즉시 대응하지 못한 진료상 과실이 있고,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만약 소외 1이 간호사 호출에 대응하여 신속히 혈압회복 등을 위한 조치를 하였더라면 저혈압 등에서 회복하였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보이므로, 소외 1의 진료상 과실은 망인의 사망을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피고 측에서 망인의 사망이 진료상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지 아니하는 이상, 진료상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 원심이 마취과 전문의의 위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023.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