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가가 쏜 총알’ 거창 학살사건, 74년째 외면… “배상 없는 정의 없다”
2025.06.06. 법조신문에 법무법인 YK 이상영 변호사의 인터뷰 기사가 게재되었습니다.

‘거창 민간인 학살 사건(거창사건)’ 유족들이 공동으로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결과가 오는 8월에 나온다. 주민 719명을 학살한 거창사건이 올해로 74주기를 맞았지만 국회에서는 여전히 유족들을 위한 실질적 배상 근거가 마련되지 않고 있어, 유족들이 개별적으로 힘겨운 법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최누림 부장판사)는 거창 사건 희생자 서울지회 유족 40여 명이 국가를 상대로 총 56억 5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24가합99523)의 선고기일을 오는 8월 29일로 정했다. 이는 헌재 결정(2014헌바148등)에 따라 대법원이 2022년 거창사건에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2019다216879)한 후 진행된 첫 공동소송이다.
헌재 결정과 대법원 판결로 국가를 상대로 한 거창 사건 유족들의 소송에 다시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법에 제기된 공동소송도 이에 따른 것으로, 법무법인 YK(대표변호사 강경훈)가 피해자 모집에 나선 바 있다. 해당 공동소송은 1월 21일 변론준비기일을 열고 5월 2일과 23일 두 차례에 변론기일을 거친 뒤 8월 29일 선고기일을 앞두고 있다.
공동소송을 대리한 이상영(변호사시험 2회) 전 대한변호사협회 정무이사는 “유족들 대다수가 이미 돌아가셨거나 고령이어서 이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더 이상 국회에서 배상법안이 통과되기만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가배상 소송을 통해서라도 국가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국가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자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반면 민간인 집단 희생자들에 대한 국가배상 규정을 입법화 하려는 움직임은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거창사건 배상특별법은 제16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 불발됐다.
이후 제17~21대 국회까지 계속 법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정부는 줄곧 “거창사건 배상법이 선례가 되면 천문학적 규모의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국가 배상 요구가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법안 통과를 반대했다.
다만 제22대 국회에서는 여야 4당이 뜻을 모아 공동으로 법안을 발의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이상영 변호사는 “(유족들이)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해도 국가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변제할 필요가 없다며 소멸시효 항변을 하고, 돌아가신 분들 한 명당 1~2억 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액이 지나치게 많다고 주장한다”며 “제대로 된 배상법안이 있었다면 유족들이 이렇게 직접 (소송에) 나서지 않아도 예우 받고 배상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